나는 모태 이글스 팬이다.
아직도 아버지와 함께 한밭야구장에서
빙그레 캡틴 컵라면을 먹으며 야구를 보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는 관중석에서 아저씨들이 술을 마시고, 욕을 하고,
소주병이 그라운드로 날아들던 시절이었다.
동양백화점 앞에서 어린이 회원 가입하려고 줄을 서고,
비닐 점퍼와 비닐 가방을 받아 들고 집에 오던 기억도 또렷하다.
어릴 때는 그렇게 타이거즈에게 지기만 하더니
내가 고3으로, 공부하는 척만 하던 그 해에
이글스는 떡하니 우승을 해버렸다.
야자를 하던 복도에서 친구들과 끝에서 끝까지 뛰어다니며
만세를 불렀던 기억만 남아 있다.
2006년, 99번이 등장하던 해.
친구들과 한국시리즈까지 따라가며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응원하던 장면은
내 대학 시절 최고의 추억 중 하나다.
2018년의 가을야구는 독감에 걸려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다.
52번이 엉덩이를 씰룩대다가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던 장면만 희미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전반기 1위, 후반기 최종 2위,
한국시리즈 진출, 최종 준우승.
그 모든 역사적인 순간에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우리 가족 누구도 함께하지 못했다.
첫째 아이가 태어나 남자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아버지와 캐치볼하던 장면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 여자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열심히 춤추며 응원하는 모습이 먼저 그려졌다.
나는 아이들과 캐치볼하고,
야구장에 가서 같이 응원하는 미래만 상상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글스는 이미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있었고
5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올라섰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쌍둥이에게
맥없이 잡아먹혔지만,
그래도 준우승은 준우승이었다.
사실…
그때의 나는 그 모든 기쁨을
마음껏 누릴 자격조차 없었다.
딸아이는 1년 내내
“아빠, 어제 이글스 이겼어?”
“우리 몇 등이야?” 하고 물어봤고,
아들 녀석은 유튜브로
하이라이트와 경기 결과를 챙겨보곤 했다.
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아무도 먼저 중계를 보자고 하지 않았고,
아무도 먼저 경기장에 가자고 하지 않았고,
아무도 먼저 결과를 묻지 못했다.
그게 가장 속상했다.
아무도 마음껏 기뻐하거나,
패배에 함께 속상해하지 못했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든
내 자신이 너무 못났고, 미웠고, 원망스러웠다.
올해 이글스는 상위권을 달렸지만
나는 인생의 꼴찌 자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자식 같은 조카는
“이모부가 좋아하는 야구”라며
다저스 오타니 유니폼을 선물해 주었고,
가족들은
“덕분에 재밌게 봤다”며
야구장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
그때도 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글스가 성적을 내자
특히 교회 사람들은 나를 보며
“요즘 기분 좋으시겠어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때도 나는
솔직히 행복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모든 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너무 그립다.
겨울이 빨리 가고,
다시 봄이 와서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볼파크에서 이글스를 응원하고,
가족들과 농심 가락 떡볶이를 먹고 싶다.
지금 내게 남은 건
수없이 많은 유니폼들,
아이들의 어린이 회원 가입 선물들뿐이다.

하지만 그 유니폼을 다시 입고
볼파크에 서는 날을 상상하며
나는 오늘도 버텨낸다.
그리고 언젠가
홈런이 터지는 순간,
기분 좋게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내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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