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도전기

[첫 쿠팡 알바 체험기 2] 쿠팡 첫 출근날, 나는 전장에 나가는 기분이었다

싸싸사 2025. 12. 12.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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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의 첫 쿠팡 알바 출근 날이 되었다.

아침 8시 50분,
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

안내 공지에는
도착 시간 전후 10분을 여유 있게 보라고 되어 있었다.

어젯밤 나는
혹시 늦잠을 잘까 봐
아침 6시부터 10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 두었다.

이 난리통에도 잠을 잘 자는 나인데,
이상하게도 30분 넘게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잠들기 직전까지도 머릿속엔
“이걸 가야 하나…”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겁밖에 없었다.

아내는
그래도 처음으로 낯선 일을 하러 가는
이 못난 남편이 걱정되었는지,

생수도 챙기라고 하고,
따뜻하게 입고 가라고 했다.

그리고 쓰러질 수도 있다며
아침밥도 꼭 먹고 가라고 했다.

아침이 되고
나는 긴장한 상태로 벌떡 일어나
후다닥 씻고
냉장고를 뒤적였다.

굶고 갔다가
정말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
볶음밥이라도 해 먹기로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참 전 아내 생일 때
쿠팡에서 잔뜩 사다 데워 먹였던 음식 중에
냉동 야채가 남아 있었다.

그 야채를 잔뜩 넣고…
우리 집 비상식량 스팸 한 통도 잘라 넣고…
진간장을 듬뿍 넣었다.

“오… 생각보다 괜찮은데?”

약간 태국 볶음밥 같은 느낌도 난다.

볶음밥이 맛있게 된 걸 보니
오늘 느낌이 왠지 좋다.

뜻하지 않게 다이어트를 하면서
살이 좀 빠졌는지
청바지가 슬금슬금 내려간다.

그 안에 츄리닝을 하나 더 겹쳐 입었다.
따뜻하고, 전혀 불편하지도 않다.

상의는
티셔츠에 조끼, 그 위에 두꺼운 외투.

그리고 목에는 수건 하나를 걸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나는
수건이 필수다.

오늘도 점심은 굶을 예정이다.
그래도 혹시 쓰러질까 봐
달콤한 사탕을 주머니에 잔뜩 챙겼다.

이제
모든 무장은 끝났다.

이제 남은 건
전장에 실전 투입뿐이다.

아내는 이미 일어난 것 같았지만
내 모습을 보기가 괴로웠는지,
아니면 내가 더 민망해할까 봐인지
일부러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데,
조금 전까지 가득하던 두려움은 사라지고
이상하게도 여행 가는 기분이 들었다.

뭔가 상쾌했다.

“쿠팡 알바라도 한다”는
이상한 떳떳함이
내 안에 살짝 생긴 것 같았다.


셔틀버스 도착 예정 시간보다
30분이나 먼저 나왔다.

정류장은 걸어서 5분도 안 걸리는데
일부러 멀리 돌아…
놀이터도 굳이 들렸다.

그러다 생수 생각이 나서
가까운 편의점 대신
일부러 먼 편의점을 찾아간다.

그리고 가장 싼
700원짜리 생수 한 병을 샀다.
아내 카드로…

오늘의 첫 지출이자
어쩌면 마지막 지출.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결국 시간이 된다.

정류장에 10분 먼저 도착했다.

여성 3명, 남성 1명, 그리고 나.
총 다섯 명.

우리는 앉아서도, 서서도
각자 다른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조용히 있었다.


8시 48분,
멀리서 셔틀버스가 보인다.

나는 큰 버스를 생각했는데
의외로 미니버스가 와서
순간 당황했다.

정류장에 있던 사람 중
대학생처럼 보이는
귀엽게 생긴 남자 한 명이
나와 함께 올라탔다.

나는 반사적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는데
정적만 흘렀다.


버스 안에는 약 9명 정도.

젊은 사람부터
나보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분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다들
잠을 자거나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이 상황이 어색해서
나는 괜히 아내에게 카톡을 보냈다.

“나 버스 잘 탔어. 잘 다녀올게.”

아내도 묘하게 이것저것 묻는다.
우리는 오랜만에
예전처럼 카톡을 주고받았다.

나중에 아내는
“당신이 놀러 가는 애처럼 신나 보여서
괜히 더 짜증 났다”고 했다.


정거장 두 곳을 더 돌고
3명이 더 타자
버스는 고속도로에 올랐다.

30분가량 달려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

멀리서
‘쿠팡’이라는 글자가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구나.”

셔틀버스에서 내리자
나와 함께 온 12명 정도가
아무 말 없이 빠르게 이동했다.

그리고 거대한 창고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첫 느낌은
“와…”

두 번째 느낌은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

최첨단 자동화 시설이
생각보다 훨씬 깨끗했다.


앞사람만 보고
열심히 따라가는데
하나둘씩 옆으로 사라진다.

“어… 이게 아닌데?”

결국
나와 아까 함께 탔던 청년,
그리고 어떤 여자분
셋만 남았다.

우리는 어떤 휴게실로 들어갔다.

“아… 여기서 기다리라는 건가 보다.”

화장실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청년은 사라지고
여자분만 다른 여자분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 어디 갔지?”

용기 내서 물어봤다.

“저 오늘 처음인데…
여기 있으면 되나요?”

그분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아니에요. 여기 아니에요.
저기 끝에서 왼쪽으로 가면
진짜 휴게실 있어요.
거기서 서명하고 혈압도 재요.”


고맙다고 인사하고
말해 준 방향으로 갔는데…

아무도 없다.

혈압계만 있다.
사람도, 서명하는 곳도 없다.


“아직 20분 남았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그런데
5분이 지나도, 10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나와 바닥 표시 방향대로
보행자 통로를 따라 걸었다.

그렇게 도착한 또 다른 휴게실.

거기에는
20여 명이 줄을 서서
혈압을 재고, 서명을 하고 있었다.

“아… 여기가 맞구나.”

그렇게
나는 길을 헤매다, 헤매다
드디어 진짜 출근 장소를 찾았고,

그 순간,
나의 인생 첫 쿠팡 알바가
조용히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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