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도전기

[첫 쿠팡 알바 체험기 3] 쿠팡 소분 첫날, 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싸싸사 2025. 12. 1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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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뼛쭈뼛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고,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물론 이번에는 나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조용히
줄 서 있는 사람들 뒤에 섰다.


어디선가 내 이름이 불린다.
신규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다고 한다.
동그라미 치고 사인하란다.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해서 보여줬다.

그리고 묻는다.
“쿠펀치 깔았어요?”

아… 맞다.
쿠팡 알바를 하려면
온라인 교육도 받아야 하고,
신분증도 있어야 하고,
쿠펀치라는 앱도 깔아야 하며,
휴대폰도 내 명의여야 한다.

나는 다행히
이 모든 준비를 미리 해 두었다.
당당하게 말했다.
“네, 깔았습니다.”


이번에는 혈압을 재고
그 결과를 쿠펀치에 입력하라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없다.
전부 ‘알아서’ 해야 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벽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종이들이
와이파이 연결법,
혈압 재는 법,
쿠펀치 사용법,
체크인·체크아웃 방법,
안전수칙 안내였다.


혈압을 재는 순간
또 겁이 난다.

“설마 고혈압이나 저혈압으로
일 못 하고 돌아가는 거 아니야…?”

뒤에서 사람들이 빨리 하라고 눈치를 준다.
결국 마음 단단히 먹고
팔을 기계에 넣었다.

결과는
무사 통과.


나중에 알고 보니
일할 수 있는 정상 범위가
생각보다 꽤 넓다고 한다.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쿠펀치에 급여 받을 계좌도 등록하고,
혈압 결과도 사진 찍어 올리고…

이제 정말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조금 높아 보이는 관리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짧게 안전교육 화면을 틀어주고 말한다.

“토요일이라 물량은 많지 않습니다.
서로 도우면서 일해주세요.”

베테랑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웃고,
난 아무말도 들리지 않는다.
그냥 얼어붙어 서 있었다.


“오늘 소분 하실 분.”

“300번 중반 ○○○님.”

그리고…
내 이름이 불린다.

아까 불렸던 그 남자와
같이 하라고 한다.

“오늘 처음이래요. 잘 챙겨주세요.”

그 남자는
나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인다.


쿠펀치 체크인을 하란다.
근무시간은
10:00 ~ 15:00

순식간에
사람들이 휴게실을 빠져나간다.

파트너 남자도
아무 말 없이 휙 나간다.
나는 다급하게
그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따라간다.

“저 사람 놓치면 끝이다…”


걷다 보니 문득 생각난다.
“어… 장갑이랑 안전화 준다더니…”

나는 아직
집에서 가져온 코팅장갑과
르무통 운동화를 신고 있다.
물어볼 용기도 없고,
물어볼 사람도 없다.
그냥 따라가기 바쁘다.

컨베이어벨트 앞.
바닥과 천장에
321-338 번호가 보인다.

아…
나는 321-327번을 맡으라고 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쪽이 물량이 훨씬 많았다.
내가 초짜라서 배려해 준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박스 펴는 법을 알려준다.
비닐 포장된 물건은 플라스틱 박스에 담고,
로켓프레시 가방과 종이박스는
송장 번호 보고 그냥 RT에 쌓으면 된다.

RT라는 큰 카트가 꽉 차면
뒤로 밀면
다른 사람이 치워간다.


방송이 흘러나온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다.

나중에야 알았다.
신선식품이 들어온다,
공구 물량이 들어온다…
이런 걸 미리 알려주는 방송이었다.


그런데
일 시작 5분도 안 돼서
물건이 밀리기 시작했다.

컨베이어벨트에서
물건이 쏟아져
바닥으로 떨어진다.

나는 완전히 멍해졌다.

그 남자는
자기 물건 처리하면서
내 물건까지 던져 넣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뛰어와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소리를 치며
물건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때 깨달았다.

“아… 그래서 가끔
내 택배 박스가
저 모양이었구나…”


한 번 폭풍이 지나가자
조금씩 일이 손에 익기 시작한다.

“어…?
이제 할 만한데?”

나는 정신없이
“321번… 327번… 325번…”
번호를 중얼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일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이상한 사람 보듯
나를 힐끔힐끔 본다.


방송이 다시 나오고
그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또 혼자 남았다.

그 순간
아주 귀여운 조끼를 입은
여학생이 소리친다.

“지금 휴식시간이에요!
왜 아직 일하세요?”

나는
일하다가 혼나고,
쉬고 있다가 또 혼난다.


휴게실로 돌아오니
사람들은 김밥을 데워 먹고,
각자 말없이 휴대폰만 본다.

나는
주머니 속 흑사탕 두 개를
한꺼번에 입에 넣고
물만 홀짝였다.


10분쯤 지났을까
또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담배 피러 가나…?”

나는 담배도 없고,
흡연실도 모르고,
그냥 참았다.


다시 작업 시작.

또 물건이 몰리고,
또 소리 지르고,
또 던지고,
또 욕이 나온다.

“아… 이게
내가 상상하던 쿠팡이구나…”

나는
그 와중에 웃음이 나왔다.


마지막 차량이라는 방송이 나오고,
RT를 쿠팡 트럭에 실으며
하루가 끝났다.

파트너 남자가 먼저 고생했다고 인사를 한다.
'나 일 잘 했나봐??'

“체크아웃 안 하시면
급여 안 나옵니다.”

이번엔
퇴근 빨리 하라고 혼난다.


휴게실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셔틀버스를 타러 나간다.

그런데…
또 출구를 못 찾았다.

앞에 두 사람도
똑같이 헤맨다.

그때 어떤 아주머니가 소리친다.

“거기 말고, 그 앞이에요!
문도 못 찾으면 어떡해요!”


민망했지만
그 덕분에
무사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은 뿌듯했다.

나의
쿠팡 소분 알바 첫 소감은 이렇다.

✔ 생각보다 재밌다
✔ 생각보다 힘들지 않다
✔ 생각보다 할 만하다

다만,
야간조나 새벽조,
더 긴 시간은
솔직히 겁이 난다.

시급도 크진 않아서 아쉽다.


그래도
나는 또 나가고 싶다.
그리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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