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회복의 기록

하루 만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싸싸사 2025. 12. 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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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프로필 사진도,
유튜브 영상도,
인스타 게시글도
모두 비공개로 바꿨다.

이 세상에 없던 사람처럼,
우리가족을 아무도 모르게 숨겨 놓은 기분이다.

갑자기 망한 사람,
갑자기 백수가 된 사람,
그게 지금의 나다.

나는 회사에 “자택근무”를 내 마음대로 주장하고
집에 혼자 남아 후회만 반복하고 있다.

아내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아빠와 엄마 눈치를 보며
애써 밝게 웃으며 학교에 간다.

그동안 그렇게 바라던 ‘휴식’인데
전혀 편하지 않다.
정말 미칠 것 같다.
내 마음이 내가 봐도 이해가 안 된다.

괜히 청소기를 돌리고,
괜히 빨래를 돌리다가
전기요금이 걱정된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불을 환하게 켜고
청소기와 로봇청소기를 같이 돌리고,
충전하고, 건조기를 돌리고,
매일같이 세탁기를 돌리던 집이었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 빨래도 사치가 되었다.

밤 10시면 불을 꺼야 한다.
TV도 보면 안 된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아내는
“죄책감 때문에 TV를 못 보겠다”고 한다.
보면서 웃으면 죄를 짓는 것 같다고 한다.
이 집에서도 못 살겠다고 한다.

그렇게 좋아했던
우리의 소중한 보금자리였는데,
나는 정말 왜 그랬을까.
후회밖에 없다.

할 수 있는 게 없다.

노점이라도 해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냉장고를 뒤적이다가
냉동실에서 언제 넣어둔지도 모를
떡볶이 떡을 찾았다.

그래, 떡꼬치다.

레시피를 검색해서
가장 쉽고 맛있을 것 같은 걸 골랐다.
떡은 에어프라이어에 돌리고,
양념장은 레시피에 한 치 오차도 없이 만들었다.

결과는…

딸의 표현으로는
“팔기는 힘들고, 가끔 간식으로는 먹을 수 있다”였다.

분명 불린다고 불린 떡인데
왜 딱딱한지 아직도 모르겠다.
레시피 그대로 만든 양념장은
왜 그 맛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늦게 온 아들에게
따뜻하게 먹이겠다고
딱딱한 떡을 다시 에어프라이어에 돌렸더니
그건 떡이 아니라 돌덩이가 되었다.

사춘기가 시작된 아들 녀석은
평소 같으면 절대 그러지 않을 아이인데,
큰 소리로 “맛있다!”며
개걸스럽게 다 먹어치웠다.

아이들은
모든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아빠 눈치를 본다.

집이 어려운 아이들이 철이 일찍 든다더니,
우리 집도 그런 집이 된 것 같다.
아이들도 그걸 안다.
그래서 기가 죽었다.

하루 사이에
아이들이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고마운데,
내 눈에서는 눈물이 난다.

소리가 나올까 봐
고개를 들고 재채기하는 척
손으로 입을 가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짜장면에 탕수육까지 사줬는데,
오늘은 짜장면도 못 사준다.

해줄 수 있는 건
딱딱한 떡꼬치뿐이다.

그래도,
이제는 지쳐도 포기하지 않겠다.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서
다시 아이들에게
짜장면도, 탕수육도
먹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직 방법은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포기하면 안 된다.

나에게는
가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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