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쓰는 오늘의 일기

포기 버튼을 누른 밤, 아내의 한숨이 더 아팠다

싸싸사 2025. 12. 8.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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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쉬운 일이 없다.

택배는 1톤 트럭 운전에 자신이 없고,
배달은 오토바이 운전이 무섭고,
붕어빵 장사는 남는 게 많지 않다는 글들이 마음에 걸리고,
떡꼬치 장사는 당장 시작할 돈이 없고,
고기집 알바는 지금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시간도 맞지 않는다.

뭔 핑계가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다짐을 그렇게 해 놓고도,
막상 현실 앞에 서니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처럼 굳어버린다.

그런 내 모습이
가족들 보기에, 주변 사람들 보기에,
특히 아내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가 너무 마음에 걸린다.

“그냥 쿠팡이라도 해 봐.”

아내의 칼칼한 한마디에
마지못해 알바몬 앱을 깔았다.

그래도 욕심은 난다고
시급이 제일 센 토요일 새벽조를 골라 지원했다.
그리고 연락을 기다렸다.

그런데… 이런 맙소사.
내가 원했던 금요일 밤 → 토요일 새벽 조가 아니라
목요일 밤 → 금요일 새벽 조를 잘못 선택한 것이었다.

물론 이것도 다 핑계다.
마음만 먹으면 그냥 가면 된다.
그런데 막상
“출근 가능하신가요?”라는 카톡이 오자
나는 스스로 포기 버튼을 누를 이유부터 찾고 있었다.

아직 나는,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사람인가 보다.

내가 대답을 안 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쿠팡에서 직접 전화가 왔다.

“출근 가능하신가요?”

나는
셔틀버스가 없는 먼 지역이라 갈 수 없다고 핑계를 대고,
혹시 다음에 다시 지원하면 불이익이 있냐는
쓸데없는 질문까지 하고,
죄송하다는 말까지 덧붙이며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얼마나 쓸데없는 질문이고,
얼마나 어이없는 사과였는지…
쿠팡 알바를 해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아내의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머리가 새하얘진다.

아내는
내가 모든 걸 털어놓은 이후 한 번도 울지 않았고,
한 번도 나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더 불안할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아직도 갚아야 할 빚이 많다는 것,
이 집도 결국 팔아야 할 수 있다는 것,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왜 그랬냐고…
차갑게, 그리고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아내는 잠들어서도
한숨 섞인 잠꼬대를 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정말 미안했고,
정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늘은 실패한 하루였지만,
내일은 반드시 다시 쿠팡을 지원해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남았다.

도망치듯 전화를 끊은 오늘이
언젠가는
다시 일어서게 만든 부끄러운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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